선비 이미지의 대강당과 여성적인 생활 문화동

인구가 5만 명이 채 안 되고 ‘참외의 고장’으로만 널리 알려진 성주에 문화예술회관을 조성한다고 해서 처음엔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성주지역보다 인구가 적은 구(區)들이 줄줄이 문화예술회관에 나서고 있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대도시보다는 오히려 성주와 같은 농촌 지역에서 공공 문화예술회관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수긍이 갔다. 계획 대상지는 성주군청과 버스정류장이 있는 중심지(성주 읍내)에서 이천(강) 건너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다. 중심지에서 마실가듯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이천으로 흘러내려 오는 물이 모여 저수지 ‘함바우 못’을 이룬 곳인데 여기를 매립하여 대지로 삼았다. 대지의 형상은 동서 130m, 남북 110m의 정방향에 가까운 오각형 형태. 대지가 남북으로 도로를 접하고 있었지만,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는 북측대로 보다 마을에서 걸어서도 올 수 있는 2차선 군도를 주 진입로로 삼아 보행과 차량을 맞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건물도 전체가 남향으로 두고 남쪽 양지바른 곳에 넓은 진입광장 겸 마당을 두었다.  


진입로에서 전체 영역은 3부분으로 나누어 주 건물일 강당동을 가운데 두고 서 측에는 주차장, 동 측에는 생활문화동을 배치하여 각각의 독립성을 주면서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였다. 주차장은 진입하여 서 측과 북 측에 둠으로써 강당동의 무대시설을 위한 차량동선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넓은 도로와 강당의 거리를 확보, 소음이나 진동의 영향을 줄이고자 하였다. 생활동은 삼각형 형태의 부지형상을 이용하여 중심에 원형광장이 있는 반원 행태로 계획하고 건물(생활동)과 오픈스페이스(야외공연장 및 휴게 공간)을 중심을 향하도록 부채꼴로 배치, 장방형의 네모반듯한 강당동과 차별적인 공간구성을 하였다. 이러한 차별적인 조형구성은 기본적으로는 대지의 형상에서도 연유하지만, 지역적 정서를 반영하고자 한 의도도 있다. 이 지역은 옛 성산가야의 오랜 전통과 유교 문화의 영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가장 중심에서 큰 규모로 자리한 강당동의 조형은 옛 한옥과 고전주의 건축의 위계질서와 품격을 담아내려 하였다. 고건축물의 처마와 창방 및 평방을 현대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전통 문살 문양의 그릴을 사용하여 친환경적인 전통요소를 도입하였으며, 정면에는 한옥의 솟을대문을 연상시키는 입면 조형을 유도하였다. 한마디로 남성적인 곧은 선비의 기상을 담고자 하였다. 이에 비하여 소강당과 식당을 비롯하여 다양한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주 사용하게 될 생활문화동(현대, 문화 여성 복지센터)은 곡선적인 조형을 기반으로 더욱 여성적이고 우아하며 포용하는 공간으로 차별화하려 하였다. 핵심시설인 대강당은 800석 규모이지만 대극장에 버금가는 14m 폭의 프로시니움과 오케스트라 리프트, 상하 및 측면 이동 무대 등을 설치, 웅장한 규모의 공연까지 가능하게 설계했다. 또한, 적절한 재료선정과 균등한 음압분포를 꾀하고 음의 간섭을 지양하는 등 고급스러운 음향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비록 작은 도시의 크지 않은 예산이었지만, 시민들의 의지와 자부심으로 조성된 공간이라는 것이 지자체 시대 귀감이 아닐까 한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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