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명쾌한 외양으로 대기업 이미지 구현
크기 다른 3개 판이 차례로 서 있는 형상
한진중공업 R&D센터 사옥이 신축될 대지는 ‘세관 사거리’라고 불리는 네거리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 북항과 건너편 영도의 한진 조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부산대교의 입구에 있어 영도와는 바로 연결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세워지는 사옥인 만큼 건물 외형에서 기업의 정신과 이미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했다. 복잡하고 구질구질함보다는 단순하고 명쾌함을 기반으로 두고, 실용성과 경제성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격을 추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설계의 주안점은 땅에 최적화된 형태를 찾는 것이었다. 대지의 형상이 반듯한 사각형이 아니라 교차로에 면한 삼각형 모양이어서 여러 가지로 고심했다. 초기 대안들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대지에 상응하는 독특한 모서리 형상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결국 가장 기능적이면서도 반듯한 사각형의 조합으로 결론이 났다.
공간구성도 서쪽에 면해있는 오피스텔과의 간섭을 최대로 피하면서 겨울에 춥고 여름에 무더운 서향에 모든 코어 기능들을 수용하였다. 이로 인하여 OPEN PLAN으로 조성된 넓은 업무공간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동향, 햇볕이 잘 드는 남향, 50m 대로에 면한 북향으로 온전하게 열려있게 됐다.
외관 역시 길 건너편에 있는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교보생명빌딩에 조응하도록 유사한 화강암을 사용하고, 업무공간부분에서 바다와 영도, 북항 재개발지역을 조망할 수 있도록 커튼월로 입면을 조성하였다. 단지 업무공간의 매스가 비정형이고 규모가 커서 이를 두 영역으로 분절하고, 커튼월도 다른 패턴과 색채로 처리하여 코어와 함께 3개의 크기가 다른 판이 차례로 서 있는 형상처럼 보이도록 하였다. 맨 앞의 판은 한 층을 낮추어 옥상과 함께 직원들이 이곳에서 부산항의 최고 경치를 누릴 수 있도록 조경공간으로 조성하였다.
법령 개정, 심의조건 변화 강화, 민원 예방 등 여러 이유에서 단기간 내에 계획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대지에 대한 최적화된 해답을 찾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다. 결과적으로는 평면에서 입면까지 간단명료하며 쉽고 당연한 계획을 하였고, 이 이면에는 공간과 부재들이 마치 편리한 기계의 부품들처럼 대지와 건물을 mm 단위로 짜 맞추는 정교한 작업이 숨어있었다. 외관 역시 겉멋이 아니라 여기야 말로 커튼월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례를 남겼고, 지극히 평범해 보지이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고 그 자리에 처음 모습 그대로 있어 주길 바랬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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