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June 2018

건축 안에 숨은 창조적 발상

보이는 건축, 보이지 않는 생각 / 마크 겔런터


전공이 건축이고 직업이 건축설계일이다 보니 여행을 가도 항상 건축물을 위주로 보게 되는데, 단순히 건축물의 외부형태(입면)을 보고 멋있고, 독특하네 등으로 평가한다. 나한테는 이 책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눈을 조금 다르게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소개하자면 『보이는 건축, 보이지 않는 생각』은 마크 겔런터Mark Gelernter의 Sources of Architectural Form: A critical history of Western design theory (Manchester University Press, 1995)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기존의 다른 건축 관련 저서와 달리 건축의 역사를 사상과 이론의 시각에서 통시적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훈독회에서 읽고있는 자료의 구성과도 비슷한 듯 하다. 이론 분야를 논의할 때는 큰 틀에 대한 개념이 설정되어야 그 안에 잠재된 근본적인 의문에 보다 확실하게 접근해갈 수 있는데 겔런터의 이 책은 여타의 방법과 다른 한 가지 길을 열어주고 있다. 저자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건축의 역사를 ‘건축형태의 생성’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했다. ‘건축형태의 생성’이라는 다소 무미건조한 말은 우리주변에 수없이 존재하는 독특한 모양(디자인)의 건축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반영한다. 누구나 한번쯤 저 건축물은 왜 저런 모습으로 지어졌을까, 건축가는 도대체 저런 건축물을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진 적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독특하고 창조적으로 구현된 훌륭한 건축물들의 공간과 형태가 실제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책은 인류가 만들어낸 무수한 건축물 속에 담긴 인간의 생각을 추적하고 있다. 건축이론에 포함된 다양한 견해나 패러다임을 다각적으로 살피면서, 특히 ‘건축가에게 내재되어 있는 디자인 사고의 근원’, ‘디자인이론과 교육에 내재되어 있는 역설과 모순의 기원’을 되짚어 보는 두 가지 목표를 찾고 있다. 이 책은 형태의 근원에 관한 문제가 건축뿐만 아니라, 미술에서 인류학까지 다양한 예술·인문 영역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고 전제한다. 또한 각 시대의 중요한 사상적 흐름, 예술·디자인이론 그리고 교육체계들이 서로 섞이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건축가의 사고가 형성되고 건축형태가 만들어졌으며, 개인과 외부세계의 관계에서 비롯된 주체-객체 문제가 지식(과학)과 창조(예술)사이에서 발생된 혼돈의 원인이라고 본다. 

건축물이라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태 속에 숨은 인간의 창조적인 발상과 다양한 생각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로 괜찮은 책이라 생각한다.

손판수 이사


© ILSHIN Architects & Engineers Co.,Ltd 2018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