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August 2018

다시, 집을 순례하다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저자인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1948년 지바현 출신으로 일본의 주택 전문 건축가이다. 1987년 <미타니씨 주택>으로 신인건축가상, 1993년 일련의 주택작품으로 요시다 이소야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일본대학 주거공간디자인코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집을, 순례하다』, 『집의 초심, 오두막이야기』, 『집을, 짓다』, 『내 마음의 건축』 등이 있다. 이 책의 전편 격인 『집을, 순례하다』에서는 르 코르뷔지에가 연로하신 어머니를 위해 지은 18평의 <어머니의 집>을 비롯해, 루이스 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마리오 보타, 필립 존슨, 게리트 리트벨트, 알바 알토 등 8명의 거장이 지은 9개의 ‘작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그 후속편으로 8개의 집을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멕시코, 이탈리아, 덴마크까지 포함시켰으며 특히 건축물 위주가 아니라 실제 거주자가 주인공이 되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인간의 집>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강조하고 있다.<발췌 인용> 


 최근 들어 집짓기 관련 책이 빈번하게 출판된다. 대개가 집을 짓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개괄 안내서들이다. 어떤 구조가 좋은지, 얼마의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건축가와 시공회사의 선택과 협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의 실용서가 주를 이룬다. 상품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를 벗어나 <내 집>을 가지려는 일반인이 주 독자층이기에 그럴 것이다. 이런 흐름과 다르게 쓰여진, 요시후미의 저서들은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건축을 전공한 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몇 년 전부터 그의 주택이야기 책을 구입해서 틈틈이 읽어왔다. 대부분 진솔하고 따뜻한 내용의 에세이 글이다. 주택전문가의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소박하고 훈훈한 감상문이다. 그런데도 여운이 깊고 오래 남았다. 글도 그러했지만 건축가로서의 인품도 인상적이었다. 방문한 집을 설계한 건축가에 대한 존경심도 솔직했고, 집주인(건축주)에 대한 겸손한 태도와 예의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건축을 바라보는 진지한 태도가 참으로 훌륭했다. 7평의 허름한 헛간을 14평 오두막으로 자신이 직접 증개축한 이야기가 있다. 물을 데울 수 있는 아궁이와 철제 욕조를 설치해서 욕실을 만들고 나머지는 탈의실과 서재 그리고 침실로 이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 비좁지만 ‘눕고 설 수 있으면 족한 크기’가 주는 아늑함을 느끼며 자신만의 보물로 간직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자연의 은총과 마주한 건강한 주거와 생활’을 칭송하는 저자의 표현에 공감하면서 깊은 유대감도 들었다. 


 전술한대로 이 책은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론서도 아니고 집짓기 요령을 알려주는 실용서도 아니다. 건축설계의 초심이자 정수라 할 수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복잡다단하게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주택의 건축적 함의는 같지 않다. 건축가의 경험과 감동도 사뭇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건축설계에서 요구되는 태도와 겸허함, 건축주에 대한 성실한 자세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의미 있게 보여주고 있다. 설계의 ‘초심’을 반추하면서 힘을 얻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내범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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