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November 2018

어디서 살 것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최근 알쓸신잡에 출연하여 건축이라는 분야를 사회적 현상과 인문학을 가미하여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 이야기해주는 대세 건축가 유현준씨가 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와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이 책의 챕터 첫 주제는 ‘양계장에서는 독수리가 나오지 않는다’이다. 이는 대한민국 학교건축의 현주소를 의미한다. 전국 어디를 가든 같은 형태의 건축양식을 보이는 네모 반듯한 건물과 네모난 운동장(양계장)에서는 창의적인 생각(독수리)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으로 교도소와 학교건축의 공통점을 나열해 놓았다. 해외의 학교사례와 인문학적 이유를 적절히 들어가며 대한민국 학교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음을 설명을 하고 내가 다녔던 학교가 이렇게 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실무자의 입장에서 현장감 있게 설명해 준다. 이 부분은 건축일을 하는 우리들에게도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기도 하다. 설계자인 우리들도 각성을 해야 하고 그 윗선의 정책들을 펼치는 정치가와 공무원들 역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저자는 아파트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담아놓았다. 한국인이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아파트라는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제각각의 공간에 살면서 제각각의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온 사람들이 모인 다양성이 충분한 사회와 비슷한 환경과 비슷한 공간에 노출되어 살아온 사람들이 모인 다양성이 결여된 사회는 분명히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가 현재 처해져있는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건설사들은 친절하게도 표준평면도를 만들어 놓았다. 설계자인 우리들은 당연한 듯이 거기에 맞춰 고민없이 배치하고 구매자들의 더 나아가 가격이 오르는 물건인가 아닌가 만을 판단할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곳이 어떤 위치의 어떤 브랜드 아파트냐가 아닌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는 공간이 충만한 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그 외에 중심도 없고 경계도 모호한 특성을 보여주는 현대 건축들, 대형 쇼핑몰에는 항상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것과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생각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결국 삶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 가 아닌 ‘어디서 사는가’에 따라 변한다고 주장한다. 공간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게 되고 그 행동들이 모여 사회 전체의 분위기 만들어 나간다. 공간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바로 우리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설계에 임하였으면 한다.

김희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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