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게 말을 걸다 / 조재현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저자는 공간에 대해 알아 가면 갈수록, 그 근본은 바로 ‘사람’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하여 목적을 가지고 만들고, 느끼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지은이는 700가지의 건축사례, 400장면의 영화사례 등을 토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접하였을 때는 건축이라는 창작 및 예술 활동에 대하여 재미를 조금씩 느끼고 많은 궁금증과 의문을 품고 있었던 대학교 3학년 즘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는데, 당시에 많은 선배와 교수님과 이야기하면서도 풀어지지 않았던 공간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책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공간들과 그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내게 다시 말을 건네는 듯 했습니다. ‘이건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니 이 공간은 내 의도와는 맞지 않는 공간이었어.’ 와 같은 생각이 문득 문득 떠올라 책을 읽다 말고 제가 생각하는 공간에 대한 고찰과 비교하다보니 책을 다 읽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에 관심 가졌을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하고 공간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면 당시에 생겼던 의문을 보다 빠르게 해소 했을 텐데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을 돌아서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공간에 대해 막연하게만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과 그동안 뿌연 안개에 가려져 답이 잘 보이지 않았던 의문으로부터 나에게는 작게나마 대답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학교 강의를 통하여 공간 자체에 대한 학문적인 해석은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었지만 막상 내가 그 공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에 대한 실감이 없어 어렵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한 이후 실제로 어떠한 공간을 직접 경험한 후 든 생각과 그저 상상만 했을 때의 감각이 상당히 어긋나 있었기에 공간이 그저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직접 경험해보고자 틈틈이 건축탐방도 가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접한 지는 10년이 다되어가서 이제는 책에 대한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나고 있지만 당시에 고민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제 무의식에 남아 지금 실무를 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만에 펴보았지만,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한 번 읽어보고자 합니다.

최우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