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은 가칭 ‘부산 제2 시립미술관’이란 이름으로 2008년 건립추진 방침 정하고 2012년 T/K 입찰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 2013년 착공하여 2018년 개관하였다. 건립목적은 도시 규모와 인구에 비하여 미술관 등 부족한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이면서도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광주와는 달리 전용관이 없는 부산국제비엔날레의 전시관 역할도 감당하기 위해서다.
부지는 도심과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지 않은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로 정한 것은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및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설 서부산권에 다목적 전시·문화 공간 활용 등 복합 예술지원센터를 둬서 향후 서부산개발을 견인할 하나의 앵커시설로 삼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막상 설계에 임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우선 부지 주변 일대가 철새도래지로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 형상변경을 받아야 했고, 대상지에 건물을 지으려면 하천구역을 해제해야 했다. 또 대상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건폐율이 20%밖에 허락되지 않아 부득불 저층 규모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반조사 결과 암반이 아주 깊었고 연약지반이어서 계속적인 침하를 일으키고 있는 지역이었다. 또한 부지가 도로면보다 3~4m 낮은 갈대밭 지역이라 이곳에 건물을 지으려면 그 이상을 성토해야 했는데 이 또한 침하의 주원인이었다. 따라서 설계는 이러한 열악한 조건들 속에서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둘째 문제는 미술관 프로그램 문제였다. 비엔날레 행사에 이용하면 좋겠다는 방향만 서 있었을 뿐 미술관의 정체성과 운영방안 역시 개관 직전까지 마련되지 않았고, 설계지침에는 미술계가 함께 조사와 연구를 하고 합의한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았다. 20년 전 부산시립미술관을 설계할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계획은 주어진 열악한 조건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향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콘텐츠를 수요하기 위해 융통성 있는 계획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우선 지반 상황을 고려하여 도로에서 거리를 두고 건물이 들어서는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건물을 도로변에 배치하였다. 이는 그나마 좋은 지반 조건과 대지 뒤편 생태공원과 연계하여 커다란 야외 문화예술공원을 도로로부터 차단하고자 하였다. 낙동대로 쪽 건물은 커다란 문(Gate)이나 광고판처럼 미술관을 인지하고 유입할 수 있도록 하여 미술관을 통하거나 필로티하부를 통해서 생태공원을 바라보면서 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건물이 고층화되고 규모가 커져 위압적으로 보이고 특히 철새들에 큰 해를 끼치지 않으려 건물은 저층에 여러 개 작은 매스들로 분리하였다. 건물에서는 주변의 낙동대로와 낙동강, 을숙도 문화회관 각각에 다르게 보이도록 하고 안쪽 생태공원 쪽으로는 건물이 마당을 안고 열린 공간 구성을 하였다. 안에서 보면 4개면 모두 다른 풍경을 바라보고, 밖에서 보면 각각 다른 미술관의 기능과 형상을 만나는 공간을 구성하였다. 코어를 중심으로 사무동과 서비스시설, 2개의 전시관이 서로 연계되어 있고 공간은 층수에 따라 다른 공간의 형태와 방향을 형성한다. 지하에서는 하나이던 공간이, 1층에서는 ‘ㄷ’자, 2~3층에서는 ‘ㄴ’자, 그리고 4층에서는 ‘ㅡ’자로 변화하도록 구성하였다. 마치 커다란 아트리움이 함께하여 늘 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계획된 코어를 중심으로 낙동강 을숙도의 갈대밭에서 바람 따라 돌아가는 바람개비였으면 했다.
이러한 단면의 변화는 제한된 영역에서 전시공간의 다양성과 융통성을 함께 제공하려 하였다. 프로그램이 아직 정해져있지 않고, 특히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는 비엔날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넓은 전시는 지하1층에서 최대면적 확보가 가능하고, 최고의 높이가 있어야 하는 전시는 1~3층을 다 개방하여 15m 정도의 작품도 전시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별도의 수직 수평의 칸막이를 통하여 전시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공간의 다양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바닥판 역시 지하와 지상을 달리하여 작품의 경중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재를 선정하였다.
외관과 입면은 자체가 조형적이고 예술적인 오브제가 되는 것은 지양하였다. 주어진 예산과 T/K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조성한 빌바오 뮤제움이나 게티 미술관 같은 흉내를 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외관이 차분하고 단아했으면 했다. 특히 이곳은 주변의 자연 그 자체가 예술이고 안과 밖이 모두 주옥같은 작품인데, 건물 자체가 섣부른 시도로 주변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했다. 외장 재료는 도시적인 알루미늄 패널을 주재료로 사용한 부산시립미술관과는 달리 자연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해야 할 것 같아 인조라임스톤과 세라믹 패널을 사용하였다. 색상도 주변의 자연을 거스르지 않도록 자연의 색과 유사한 갈대의 색상인 3.1Y, 1.5YR 개펄의 색상인 N6.5를 위주로 사용하였다.
건물이 준공된 후 부산현대미술관의 정면은 수직정원이란 주제로 예술가에 의해 녹화가 이루어졌고 지하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들어섰다. 주말이면 주차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올해는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되었다. 좋은 사람과 프로그램이 미술관을 채워줌이 고맙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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