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 레벨 별로 각 시설 분산 배치... 바다 조망 

지층에서 지붕층까지 9개 층을 레벨 따라 서로 연결

2006년 ‘영도복합문화공원’ 현상설계지침을 받고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침에 나와 있는 프로그램과 대지가 좀처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을 보니 대지가 협소한 것은 차치하고 전체가 경사지였고 대지 내에서만 60m 이상의 레벨 차이가 났다. 프로그램 역시 보통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문화회관에 도서관과 국민체육센터와 운동장까지 요구되었고, 구릉지 전반은 수목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어떻게 타당성 조사용역까지 마친 땅이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대상지는 경사지이기는 해도 남쪽 바다로 열려 있었다. 우선 구릉지를 레벨에 따라 몇 단으로 나누었다. 가장 아래쪽 대지에 운동장(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야외운동시설을 두었고, 바로 그 위의 레벨 가장 수목이 울창한 곳은 있는 그대로 공원(상림원)을 조성하고 생태연못을 두어 주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근린공원을 원래 경사 그대로 조성하였다. 좀 더 높은 레벨, 원래 상공회의소 연수원 건물이 있던 자리에 건축 영역을 조성하여 자연훼손을 최소화하였다. 그리고 가장 높은 레벨엔 북쪽의 주거지와 보행 및 차량으로 편리하게 연결될 수 있는 제2의 진입마당을 두고 건물의 중심을 비워 입구로 진입하는 이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공원과 시설로 들어서고 아래로 내려가며 편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경사를 따라 시설을 설치하여 건축물 내부와 외부 공간 모든 곳에서 남쪽 햇볕을 받고 바다를 바라보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산복도로의 특유의 ‘공존의 주거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각각의 성격이 다른 도서관, 문화회관, 체육센터를 하나의 복합건물로 연결하여 토목공사와 건축공사비도 줄이고 어느 공간에서건 서로 연결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시설간의 소음이나 이용상의 간섭을 피하고자 대지의 급경사를 이용하여 다층의 레벨로 각각의 건물을 구성하고 주 출입구를 분산하여 독립성과 연계성을 확보하였다. 개별 건물동은 지상 3층, 지하 2층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지층부터 지붕 층까지 총 9개 층이 레벨에 따라 함께 연결되도록 하여 테라스 하우스와 고층건물의 장점이 적절히 공존하도록 하였다. 건물의 배치와 구성은 동남쪽 고층 아파트 단지와 위가 넓은 대지의 형상을 고려하여 중심 마당(야외공연장)을 건물이 지붕처럼 감싸 안은 모양을 취하도록 하여 주변 고층 아파트와의 시각적 간섭을 피하면서 각각의 시설에서 그들만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차량과 보행은 남쪽 상징적 입구와 북쪽 커뮤니티 입구로 위, 아래 모두에서 진입할 수 있게 하였고 이를 척추와 같이 대지 서쪽의 주요 도로축으로 연계하고 도로 양측에 경사를 따라 지상과 지하 테라스 주차장을 분산하여 배치하였다. 


이러한 설계로 일신설계는 2006년에 현상설계에 당선되어 설계 의도를 구현하였고, 건물은 2007년 3월에 착공하여 2009년 10월 준공되었다. 지금은 남서 측 주차장 부지에 영도 장애인 복지관이 추가로 들어섰고, 이름도 ‘영도 어울림문화공원’으로 변경되어 이곳 주민들의 사랑방처럼 이용되고 있다. (글 : 김두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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