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유형 안에 전시공간 극대화 노린 디자인
'공장 같은 미술관' 이란 비판은 설계 의도 그대로
부산시립미술관을 계획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건축 전에 선행되어야 할 연구와 논의 및 기획 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미술관의 성격, 전시 및 운영, 소장품의 구입 및 보관 등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특히 주변이 센텀시티 개발로 급변할 것이 예상되었다. 따라서 계획의 주안점은 급변할 주변 환경을 고려한 도시전략과 향후 사회 및 예술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건축적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군사시설구역인 수영비행장이 인근에 있었던 이유로서 3층 이하로 고도제한을 받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하 1층까지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대규모 선큰공간을 통하여 지상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또 전체 대지를 3분할, 북동쪽에 서비스 및 주차공간을, 남서쪽에 오픈스페이스를 두고 그사이에 전시 공간을 배치하여 건축 자체의 확장성과 함께 향후 올림픽공원 쪽으로의 도시적 확장성과 변화를 고려하였다. 이러한 3분할은 전시장 내부 공간에서도 반복되어 중심공간 양측의 전시공간으로 분할되고, 각각 분할된 공간은 전시성격에 따라 전체 또는 분할하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변성과 융통성을 동시에 고려하였다.
다만 최상층에선 야외데크 공간이 내부공간과 톱니처럼 맞물리며 변화를 창출하도록 하였으며, 평면구성은 외관의 구성에도 중첩되어 전체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건축은 불확실한 조건 속에서 장래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며 일종의 반복과 연속 속에서 새로움(Novelty)을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애초부터 건물 자체가 조형적 특이성을 가지는 미술관을 계획하려 하지 않았다. 루이스 칸의 킴벨미술관처럼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반복유형 안에서 건물보다 작품이 돋보이도록 담아내는 담담한 그릇이 되었으면 했다. 따라서 현상설계에 당선되자 “공장 같은 미술관”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일신이 추구했던 정확한 설계의 의도였다. 단지 아쉬운 점은 본래 의도했던 감성적 디테일을 시공 끝까지 구현하지 못한 점이고, 바로 그것이 당시 설계자를 포함한 도시문화예술의 한계였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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