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형 보행시스템’ 구축...사방에서 접근 가능
주변과의 연계성 높여 ‘창원 속의 창원’ 구현
성산아트홀은 창원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면서 새롭게 가지게 된 이름이다. 성산(城山)은 분지 형태의 창원을 주위를 마치 성(城)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을 의미한다. 마한 시대 철기 유적지로도 유명한 이곳의 지역성을 이름에 남겨 지키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같다.
이 시설 역시 1980년대 전국 지자체마다 대규모 문화회관의 건설에 박차를 가할 때 조성된 것으로 1986년 1월 25일 현상설계에서 당선되어 설계를 시작했다. 일신으로서는 1984년 5월 울산문화예술회관 현상공모 당선 이후 1년 반 만에 따낸 유사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현상설계에서 완공까지 11년이 걸린 울산처럼 성산아트홀 역시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상설계 당선 약 3년 4개월 후인 1989년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하여 1991년 2월에 마쳤으나, 1993년 재검토 용역을 거쳐 그해 말 공사에 착공, 2000년 3월에서야 준공되었으니 현상설계 후 15년 만이었다.
일신 설계는 울산문화예술회관으로 전국현상공모의 첫 당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상설계에 임하였고 울산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지니는 시설이지만 대상지에 보다 특화된 건축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대상지가 위치한 창원은 현재의 성산구와 의창구 지역에 1977년 창원 도시기본계획이 결정돼 조성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계획도시이다. 기본적으로 평지에 호주의 수도 캔버라를 모델로 설계되었기에 넓은 도로와 공공용지, 사통팔달의 격자형 도시에 시청이 위치한 창원광장과 같은 강력한 상징적 중심과 경남도청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축 등이 특징이다. 대상지는 바로 폭 70m의 중앙대로의 축선 상 창원시청과 바로 연계된 블록에 있고, 도로와 시청 연접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도심 최대 오픈스페이스인 용지공원과 이어져 있다. 이러한 계획도시의 특성과 대규모 공공시설로 둘러싸인 대상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배치는 ‘계획도시 속의 계획도시’라는 성격을 지니도록 계획되었다.
1,720석 규모 대극장, 510석 규모 소극장, 2,149㎡ 규모 전시장 등 큰 규모의 시설임에도 건물이 고립된 섬처럼 홀로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 어디에서든 접근하여 대지를 관통하여 주변의 공공시설과 가로를 연계하는 도시 가로형 보행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먼저 전체시설을 두 개의 큰 매스(대극장과 기타 시설)로 분리하여 그 사이에 중앙대로와 용지공원을 보행으로 연계하는 넓은 보행가로 축을 구축하였고, 그 중심에 메탈 프레임의 열린 캐노피와 이를 하늘로 뚫고 나갈듯한 철재 상징조형물을 설치하였다. 이는 철기시대 야철 제작의 중심지인 성산 지역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시청으로 연계된 또 다른 보행 축을 설정하였는데, 이는 시청에서 아뜨리움이라는 실내 공간을 통해 대상지의 중심축과 연계되고, 기능적으로는 그 중심공간에 의해 분리된 소극장과 전시장 및 지원시설이라는 두 시설의 부출입구로도 훌륭한 접근성과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이러한 아주 간단하고 쉬운 배치는 궁극적으로 ‘읽기 쉬운 도시와 건축’의 기반을 형성하며 대지에서 가장 중요한 보행중심성과 주변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도록 하였다. 필요한 주차장은 이 절대적인 보행을 피하여 주변 시설과 문화시설의 공유 및 소음에 의한 거리확보를 고려하여 부분부분 조성하였고, 대상지 전체는 문화가 주제가 되는 또 다른 도시의 공공 오픈스페이스이자 보행가로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보행가로에서 모든 주요 시설의 출입이 이루어져 공간의 프로그램에 따라 공간이 다르게 쓰일 수 있는 융통성을 확보하려 하였다. 공연장 자체로만 보면 대극장의 규모는 거의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의 규모이며, 전통적인 후면무대뿐만 아니라 양 측면무대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하여 지금 부산에서도 공연하기 힘든 다양한 공연과 무대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성산 아트홀의 대극장과 소극장의 무대 조정실은 ‘PLC제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다양한 기능의 웨곤과 회전 무대 및 승강 무대 등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형태적으로는 서울이나 부산, 울산까지 남아있는 서구 및 한국의 전통적 조형언어를 배제하여 보다 현대적인 조형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며, 지역이자 시설의 이름이 대표하는 성산(城山)을 고려하여 성곽의 이미지와 현대적인 대형 커튼월 파사드를 혼합하여 시간에 따라 역사의 층위가 쌓이듯 시간의 Layer가 중첩되는 의미를 표현하려 하였고 앞서 캔틸레버와 상징조형물에서 언급한 철기유적의 지역성을 기억으로 남겨두고자 하였다.
지금도 성산아트홀은 지역 일대에서 가장 훌륭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이 문화를 누리고 있는 공간이다. 또한, 놀이마당과 조각 공원, 인공 폭포와 테라스 공원, 분수 광장, 중앙 광장 등 시민들의 쉬고 안식하고 즐길 수 있는 도심의 오픈 스페이스의 역할을 훌륭하게 담당, ‘창원속의 창원’이라는 설계 본연의 의도를 구현해내고 있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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