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 갖춘 정방형...공공업무시설의 새 유형 제시

일신설계가 현상설계를 통하여 계획한 첫 구청사 프로젝트. 1985년 11월 당선되어 1986년 4월 실시설계를 마치고, 1988년 3월 8일에 준공되었다. 


이 프로젝트 설계의 주안점은 무엇보다도 경사진 지형의 활용성이었다. 거기에 주어진 지침사의 스페이스 프로그램과 주차시설을 갖추기에는 대지가 협소한 점, 구청사와 보건소라는 다른 기능의 공존, 거의 단단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열악한 지반환경, 거기에 무엇보다도 공사비 문제로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는 등 여러 난점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공공업무시설 전형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첫째, 토목공사를 최소화하도록 하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대지의 심한 고저 차를 이용하여 2개 층의 보건소는 도로 면은 개방되고 뒤쪽이 땅에 묻히는 테라스형 랜드 스케이프 건축(Landscape Architecture)의 개념을 도입하여 옥상의 넓은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여 필요한 주차장과 공원이 되도록 계획했다. 청사 지하층도 경사차를 이용하여 복병산 수원지(지금의 체육공원)로 노출되어 좋은 환경을 가지도록 하였다. 


 둘째, 관공서라면 전형적인 일자 장방형 평면을 탈피하여 중정을 갖춘 정방형 평면을 제시했다. 설계과정에서 예산초과, 일자형 평면과 비교한 비효율성, 소음, 방화구획, 증축 시 채광 등의 문제를 들어 반대 의견도 있었으나, 공공청사로서의 전형적인 중복도를 탈피하고, 사무공간에서 외부만 바라보는 공간이 아니라 내부지향적인 창의적인 소통의 공간조성 그리고 이러한 중정 형태가 외부에 많은 창을 노출하는 형태보다 훨씬 더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기존 청사와 차별화된 새로운 공공청사의 평면 유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입면 계획에서는 중구의 어느 곳에서 보아도 모두 정면성을 확보하도록 4면 모두 동일한 위계와 형식으로 전면이 되도록 계획하였고, 외장 재료로 타일을 사용하여 정갈하면서도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하였다. 

이제 설계한 지도 30년이 지나 부분적인 수직 수평 증축이 이루어지고 평면상의 변화도 이루어졌지만, 건립 후에는 다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던 중정형 평면의 의미가 요즈음 중요한 소통의 건축유형으로 부각되는 것 같아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무튼, 중구청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신 설계는 이후 부산시청은 물론 사천시청, 진주시청 등 시청사와 금정구청, 연제구청, 사하구청(당선 후 미건립), 동구청 등 부산을 대표하는 공공업무시설을 설계하였으니 중구청이 그 시금석이 된 귀한 프로젝트였다. 


청사가 완공된 후 설계자의 건의에 따라 민원인을 위한 돋보기가 청사에 비치됐다. 민원실에 돋보기가 비치된 것은 중구청이 처음이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좋아야 좋은 공간이 된다는 설계자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에피소드다. (글 : 이용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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