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확정도 없이 조감도부터 요구한 건축주 설득 

사옥 겸 다양한 문화기능 갖춘 복합건물로 설계


국제신문 측은 최신 윤전기설비를 갖춘 자체사옥건립을 계획하면서 문화시설이 절대 부족한 부산에 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대지 범위조차 확정되지도 않은 채였다. 건축주는 바라는 수많은 요구 조건들을 제시하며 단기간에 설계사무소 몇 군데를 경합시켜 멋있어 보이는 작품을 제시한 건축가를 정하는 일종의 지명현상설계 방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신설계 역시 이 현상설계에 참여하여 검토하면 할수록 이 프로젝트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지 범위를 비롯하여 너무나 많은 사전 검토사항과 건축주가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미결정인 상태인데도 현실성 없는 조감도만 멋지게 제시하는 것은 건축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축주가 요청한 조감도 대신에 건축주와 건축가의 입장에서 사옥조성을 위해 어떤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예컨대 국제신문 본사 사옥이라고는 하지만 신문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의 임대 업무공간, 상업공간 및 강당, 전시실 등 다양한 문화 및 집회시설이 함께하는 복합건물의 성격인 만큼 철저한 경제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 따라서 공간서비스 최적화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논리적인 프로세스와 건축주와의 충분한 소통 속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방법이 이 프로젝트에서는 매우 중요한 점 등을 설명했다. 다행히 국제신문 측은 이에 공감하고 수차례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일신설계를 최종 건축가로 선정해주었고, 건축주와 이런 식의 소통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지속하였다. 


그 과정을 통하여 막연하게 바랬던 건축주의 욕망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으며, 추가 부지 매입을 통한 대지 규모 적정화부터 지하층 규모, 용적률과 층수 등 양적인 문제와 기능성, 편리성, 쾌적성 공간서비스와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사로서의 상징성과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기능 등을 감안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었다. 이러한 건축설계 과정은 늘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보기에 좋은 조감도만으로 성급하게 결정하는 풍토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귀감이 될만한 지극히 정상적인 건축설계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일신설계에는 교과서 같은 규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획의 주안점은 부산 고(古)도심인 동래와 신행정 중심인 연산동 및 거제동의 중심적 위치에 입지한 본 건물로의 편리한 접근성과 연계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용도 건축물로서의 복합성과 개별 시설의 기능성 구현을 통하여 편리하고 쾌적한 복합건물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교통광장에 가까운 50m 전면도로에 차량과 보행의 주 출입구를 두었을 뿐 아니라, 북측 8m 도로에는 독립된 신문사 동선을 확보하였고, 지하 1층엔 도시철도에서 직접 진입 가능한 출입구 그리고 부산교대 학생들과 주민들의 접근로인 20m 도로에서 2층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도록 하여 입체적인 사통팔달의 접근 체계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입체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지하 1-지상 2층의 저층부에는 은행, 식당, 커피숍, 매점 등 편의시설과 전시시설 등을 계획하였다. 


지상 1-5층의 저층부는 신문사의 공간으로 업무시설과 4층에 대강당(500석)과 소강당(150석)을 두어 2층의 전시공간과 함께 다양한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대부분 임대사무소로 이용될 고층부는 한 변 36m, 기준층 면적 410평의 중심코어 타워 동으로 북측에 공조실을 두는 U자형 오피스를 구현하였다. 지하 1층의 보다 좋은 환경을 위하여 선큰 공간을 도입하였다. 지하층에는 신문사 주요시설인 윤전기실을 기계, 전기실 및 주차장과 함께 배치하였고, 거의 암반지질에서의 경제성을 확보하고자 다층식 입체 주차를 계획하였다. 조형 및 입면 계획은 극도의 경제성에 기반을 두는 임대시설 위주의 공간과 사옥으로서의 상징성과 위상에 걸맞은 조형을 동시에 구현하고자 보편성을 담보하는 미적 구성에 약간의 건축적 언어로 관습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대로에 면한 전면 긴 수평 저층부와 26층의 수직성을 부분 커튼월 수직적 입면 요소의 수평적 반복으로 통합하면서 주출입구를 중심으로 저층과 고층 모두 수평적으로 3분할하고, 수직적으로도 저층, 타워, 옥탑 3단 구성을 취하였다. 이러한 구성과 차용된 디테일 그리고 포천석 사용 등은 신고전주의적 건축언어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것인데 이는 유행에 덜 민감하고 유지관리에 용이하면서도 경제성에 부합하는 석재를 사용하면서도 언론 역사의 상징이 된 국제신문의 강인한 전통적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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