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전시 공간... 옛 건물터 역사성 살려
백산 안희재 선생은 일제시대 항일비밀결사를 조직하여 구국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다. 그는 북간도와 시베리아의 독립군 기지를 돌아보고 3년 만에 귀국하여 부산 동광동에서 백산상회(白山商會)를 열었다. 그 후 이 백산상회를 국내 독립단체의 비밀연락처로 삼아 항일투쟁자금을 대는 등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그런 역사를 가진 옛 백산상회 건물터에 세워진 것이 백산기념관이다.
계획의 주안점은 주 전시공간을 지하에 두었다는 것이다. 대지가 좁기도 했고 건물의 원형이 남아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저 빈터에 주춧돌만 남아있는 대지 위에 옛 원형을 복원하기보다는 옛 건물터가 갖는 의미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백산상회 건물은 2층짜리 일본식 목조건물이었다. 그곳에서 백산은 겉으로 상업활동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은밀히 항일독립운동을 벌인 것이다. 암울했던 그 시절, 조국광복이라는 희미한 빛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백산의 지하 항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점에서도 지하에 전시공간을 두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또한, 주변에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이 땅값 비싼 곳에 옛 백산상회 터의 지상공간을 빈 공간으로 둠으로써 지역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주는 것이 백산의 정신을 구현하는 의미 있는 건축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지하화와 지상 공원화에 반대하는 관공서와 줄다리기를 할 때는 무척이나 힘들었으나 완공 후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작은 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는 생각에서 뿌듯했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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